벌금 실험
벌금실험에 대해서 들어보신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행동 경제학 교수인 댄 에리얼리는 부모님들이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늦게 데리러 가는 상황에 대한 실험을 한 적 있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출근 길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 놓고 오후에 데리러 오는 부모들 가운데 가끔씩 늦게 오는 사람들에게 10분이 늦을 때마다 약간의 벌금을 내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벌금 제도가 시작되고 나서 오히려 더 늦게 오는 부모님들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실험이 시작된 지 1주일이 지나서는 예상과는 달리 지각을 하는 부모들이 훨씬 더 많아졌습니다.
에리얼리 교수의 이론에 의하면 제시간에 도착하고자 노력했던 부모님들의 마음은 바로 늦게 가서 아이를 오랫동안 보고 있던 선생님들에 대한 '죄책감'이었는데 이야기에 따르면 벌금제가 실시되고 늦는 경우가 더 많이 생기기 시작했고 한 주가 지난 다음에는 더욱 더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늦게 데리러 왔다는 것입니다. 애리얼리 교수의 결론에 비추어 이야기 하자면 부모님들이 이전에 제 시간에 도착하려고 노력했던 것은 선생님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때문이었는데 벌금 제도는 오히려 하나의 추가요금과 같이 여겨지면서 죄책감이 사라지게 되는 결과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벌금제도를 없애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을 하고서는 약 3달이 지난 시점에 벌금을 아예 없앴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더 많은 부모님들이 늦게 오기 시작했습니다. 죄책감이 사라진 데다가 이번에는 벌금마저 없어졌기 때문에 더욱더 마음 편하게 늦게 올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한번 없어져버린 죄책감은 다시 회복되기가 어렵고 부모님들과 어린이집과의 관계 또한 서로를 배려하는 사회적 관계에서 그저 돈을 더 내기만 하면 되는 관계로 이전과는 180도 바뀌어 버렸습니다. 이 실험은 돈이라는 매개체가 관계에 개입되면서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주는 사회규범이 하나의 도구로 전락해 버리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리더의 욕구
조직의 어느 리더와 대화를 하는 도중에 자신의 팀에서는 출근과 동시에 시스템에 접속하여 출근 체크를 해야 하는데 팀원들이 1분만 늦게 출근을 하면 이유를 막론하고 1시간 연차를 쓰게 했다고 했습니다. 개인의 모든 상황을 들어주느라 아침부터 에너지가 소모되고 피곤함을 느낀 탓에 그러한 조치를 했다고 합니다. 이 후에 마음이 편안해졌는지를 물어보았는데 결과적으로 그렇지도 못했다고 하였습니다. 원래 하고자 했던 의도는 무엇이었는지 물어보자 업무가 시작되는 시점부터는 차분히 하루 일과를 메모하면서 편안하게 업무를 파악하기를 바랬고, 팀원과 서로 신뢰를 가지고 이야기 나눌 수 있고 예측가능한 상황들이 필요했다고 했습니다.
프로세서를 만들고 프로토콜을 구축하느라 정작 규칙을 정했을 때의 자신이 가지고 있던 좋은 의도가 팀원들에게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비춰지면서 의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지금와서 다시 번복을 할 수도 없다면서 푸념을 하였습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베트남에서는 들끓는 쥐로 인해 고민을 하던 나머지 쥐를 잡아오는 갯수만큼 포상을 해주기로 하였는데 쥐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포상금에 집중한 사람들이 아예 쥐를 키워서 잡아가는 통에 쥐가 더 늘어났다는 이야기는 앞서 한 실험과 비슷한 교훈을 줍니다.
조직에서 잃어버리게 되는 가장 큰 손해는 바로 '신뢰'라는 자산의 소멸이라고 볼 수 있씁니다. 신뢰를 보통 상대방이나 자신을 믿어주는 상태나 조건없이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는 데 이는 '신뢰'라는 자원이라기 보다는 '성실' 쪽에 가깝습니다. 신뢰는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낼 수 있는 상태이고 브레네 브라운 작가가 말하듯 자신의 소중한 무엇인가를 다른 사람에 의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위험을 무릅쓰고 선택하는 자세입니다. 신뢰가 성과와 많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결과는 많은 연구에 의해서 밝혀지고 있습니다. 신뢰를 필요로 하면서 오히려 신뢰를 잃어버리게 되는 팀장님의 예시와 같이 우리는 욕구를 상대방에게 올바로 설명하고 이해시키기보다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게 되는 엉뚱한 행동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결론
스킬로써 존재하는 리더십은 원래의 의도를 잊어버리고 수단과 방법에 몰두하게 하여 그 본질을 이해하는데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미국의 철학자인 캐플런은 어린아이에게 망치를 쥐어주면 온갖 두드릴 곳을 찾아다닐 것이다라고 하며 '도구의 법칙'이라는 말로 망치로 대변되는 도구에 대한 과도한 의존성을 염려했습니다. 사람들이 집중해야 할 부분은 더 나은 망치를 만들거나 더 나은 도구를 찾는 것이 아니라 도구를 사용함에 있어서의 철학을 가지고 본질에 집중하는 자세입니다. 사람들은 때론 망치를 이용해서 두드릴 것에 집중한 나머지 자신이 망치를 이용하여 완성할 그 어떤 큰 그림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도구를 사용하고 프로세서를 정함에 있어서의 그 목적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지고 의도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과를 내기 위함,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구성원들이 연결되기 위함과 같이 자신만의 의도가 떠오를 것입니다. 프로세서나 프로토콜은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유에 기반하여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유익을 선사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본질을 이해하고 올바르게 적용될 때 개인과 조직의 성장은 이루어지고 관계 또한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됩니다.
'자기인식과 관계역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하리의 창 소개, 각각의 창, 결론 (1) | 2024.04.01 |
---|---|
버크만 진단 소개, 자기 인식의 중요성, 결론 (0) | 2024.04.01 |
자신의 스트레스 행동, 관계의 악영향, 결론 (0) | 2024.04.01 |
자기 인식이론, 성격의 독특함, 나다움 (0) | 2024.04.01 |
요즘의 젊은 세대, 세대놀이, 결론 (0) | 2024.03.30 |